국민 생활안보가 흔들린다
국민 생활안보가 흔들린다
  • The Assembly
  • 승인 2021.11.2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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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사무총장
이재훈 사무총장

#1. 남송(南宋)GDP는 금나라()를 훨씬 능가했다. 남송의 GDP는 비단과 차()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금의 GDP는 거의 무시할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강성한 오랑캐였던 금의 철기병에 남송은 굴복했고, 결국 나라는 멸망하게 된다.

#2. 아편전쟁 이전에 청나라의 GDP는 영국을 훨씬 능가했다. 청은 온갖 물자와 산업이 풍부했고, 부강함을 자랑했다. 하지만 GDP는 여전히 전통적인 차, 비단, 도자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영국은 함선과 대포가 GDP를 이끌었다. 이러한 차이점은 청에 치명타를 안겼다. 대양을 건너온 불과 몇 천 명의 영국군은 세계 중심이라 자부했던 청나라를 굴복시켰고, 홍콩섬을 차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오늘날 경제 대국으로 탈바꿈한 중국 또한 과거와 대동소이하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GDP 구성을 보면 남송이나 청나라 시대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의 상위기업 10위권에는 부동산, 인터넷, 금융기관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때는 생수 판매 기업이 1위를 차지했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중국의 GDP 구성 비율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일본, 유럽의 강대국들의 산업구조 현실은 여전히 첨단제조와 무기 관련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러시아의 GDP는 중국의 광둥성 정도에 불과하지만, 중국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세계 강대국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전략적 GDP 구성에 있다. GDP는 성장도 중요하지만, 구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요소수 사태를 겪으며 GDP 구성도 중요하지만 전략적 품목 유지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못 미치는 요소수 대란은 대한민국을 온통 들쑤셔 놓으며 국민 생활을 뒤흔들고 있다.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자영업자들은 패닉상태에 빠졌고, 대기업이나 건설현장은 비상사태를 맞이했다. 원인은 간단하다. 전략적 고려 없이 지나치게 중국의 싼 맛에 의존하며 편중되었던 무역구조 탓이다. 앞으로도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며 우리들의 삶을 뒤흔들 것이다.

국민 생활의 불편함은 계속해서 이어질 태세다. 중국의 오동나무 수출 금지로 인해 관도 부족해지고, 수의도 품절 직전이라고 한다. 이제 저승길도 편안하게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특정국가에서 80% 이상 수입하는 품목이 4천개 정도인데, 그 중 중국이 1850개로 가장 많다. 차세대 먹거리인 2차 전지 배터리, 자동차,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의 주요 산업 원자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앞으로도 2의 요소수 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 이제 우리 국민 생활은 중국을 쳐다보며 울었다 웃었다하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위기감이 밀려오고 있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2019년 신년사에서 중국인들은 자력갱생과 고군분투로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의 기적을 만들었다며 자력갱생과 고군분투를 강조했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격화될수록 자력갱생은 더욱 강조됐다. 이와 같이 중국이 자력갱생을 외칠 때 우리정부는 중국의 자원비축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대책마련을 했어야 했다. 중국의 한국 길들이기라는 일부의 판단은 아직 이르다. 미국과의 치열한 패권경쟁으로 서방세계와 등지면서 자력갱생을 위한 자원비축 측면에서 원자재 수출을 제한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예측을 못하고 중국을 지나치게 신뢰했던 우리정부의 안이함과 무능함이 요소수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12월 베이징대학 연설에서 중국의 꿈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시진핑이 선언한 중국몽이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다. 사드사태로 인해 온갖 무역보복을 겪으면서도 중국몽을 함께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중국에 고개를 숙였지만, 돌아온 건 정치적·경제적·외교적·군사적 압박이었다. 요소수 사태는 달면 삼키고 쓰면 내 뱉는 안면몰수 달인인 공산주의자들의 민낯을 재확인한 사례다.

우리는 무역국가로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자원 빈국이다. 요소수 사태를 통해 당연한 것들이 부족하게 되면 사회는 순기능을 잃게 된다는 교훈을 재차 확인했다. 따라서 전략적 측면에서 무역구조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해 다시는 중국이 원자재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일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략품목을 재정비하고 국내생산 보장에 따른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나 산업용 원자재에 대해서는 세율 방식을 개편하여 국내생산에 따른 채산성 보장과 생산권장을 장려해야만 한다.

1994UNDP 연례보고서에 인간안보의 7대 구성 요소로 경제·식량·건강·환경·개인·공동체·정치적 안보라는 용어로 국민의 생존 보호를 강조했다. 이것이 바로 국민 생활안보다. 국민 생활안보가 흔들리면 사회가 무너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GDP 구성도 중요하지만 산업 원자재에 대한 전략품목 관리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는 국민 생활안보가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정부는 그 책무를 다 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전략품목 선정과 운영제도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재훈(국민생활안보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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