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광기(狂氣), 고조되는 한반도 핵군비경쟁
끝없는 광기(狂氣), 고조되는 한반도 핵군비경쟁
  • The Assembly
  • 승인 2021.09.1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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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박사
박재완 박사

915일은 인천상륙작전 기념일이다. 인천상륙작전은 풍전등화의 대한민국을 벼랑 끝에서 구해준 전쟁사에서도 길이 남을 상륙작전이다. 이 작전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915일 유엔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의 주도로 진행되었다. 이 작전에 75천여 명의 병력과 261척의 해군 함정이 투입되었고, 2주 후 유엔군은 서울을 수복했다. 하지만 곧 끝날 것 같았던 전쟁도 70년이 지났지만 끝내지 못했고, 아직도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오지 않고 군비경쟁이 한창이다. 그것도 민족의 공멸을 불러 올 수 있는 핵군비경쟁이다.

915, 이날 많은 일들이 한반도에서 벌어졌다. 한국은 SLBM 시험발사를 하고, 북한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이날은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해 외교부장관과 대통령을 예방한 날이기도 했다. 한국은 3천톤급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하여 세계 일곱 번째 SLBM 보유국이 되었다. SLBM은 핵보유국 P5 국가(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와 인도, 한국 등 7개 국가뿐이다. 물론 핵을 가지지 못한 한국 입장에서 그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북한은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최종발사 시험을 미실시했기 때문에 공식적인 SLBM 보유국은 아니지만 이미 핵탑재가 가능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이날 북한은 개량형 이스칸데르미사일(KN-23) 발사 시험을 단행했다. 평안남도 양덕일대에서 동해상으로 2발 발사하여 비행거리 800km, 고도 60km를 비행하여 동해 공해상에 낙하했다. 올해에만 다섯 번째 발사 시험이었다. 이번에는 통상의 이동식발사대(TEL)도 아닌 이례적으로 기차에서 발사했다. 북한이 직접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훈련일환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은 중국의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날이기도 했다. 중국에 보란 듯이 축포를 날린 셈이다. 전날에는 일본 도쿄에서 한일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개최되어 한반도의 안정적 상황관리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항구적 평화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는 공동의 대북 인도적 협력 사업과 북한과의 신뢰구축 조치 등 북한 관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구체적 협의를 했다. 하지만 이러한 협의를 무색하게 만들기에 하루면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 김여정 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SLBM 시험 발사를 참관하며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제력이 될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김여정은 한 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우몽(愚蒙, 어리석고 사리에 어두움)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높은 수위로 협박을 했다. 2020616일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고도 더 파괴할 남북관계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북한은 자기들의 최근 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도발이 아닌 정상적이고 자위적인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도 다른 나라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을 두둔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에 해당된다. 유엔 결의안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핵 또는 재래식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금지하고 있다. 물론 유엔 안보리는 순항미사일의 시험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 탄도미사일은 더 크고 강력한 탑재능력으로 핵탄두 등을 운반할 수 있고, 훨씬 더 먼 거리까지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협적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통상적인 자위적 군사행동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북한은 그런 국제적 신뢰마저 없는 국가이다.

북한은 코로나19와 대북제재, 자연재해로 인한 삼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핵능력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211월초 실시된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를 통해서도 핵능력 고도화 선언과 무기개발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개는 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fait accompli)’하면서 핵군축 프레임으로 유도하기 위한 대미 메시지로 읽힌다. 핵군축을 하게 되면 핵이 없는 한국은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미국과 핵군축을 하게되면 미국이 북한과 같이 핵을 군축할 수 있는가? 이것은 결국 핵을 포기하기 않겠다는 수작이고, 이를 통해 북한은 비핵화보다 동북아 핵군비경쟁에 편승하여 핵개발 명분을 강화하고 일방적 비핵화 요구를 차단하려는 의도이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핵협상을 이끈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은 한 신문 인터뷰에서 미북협상이 결렬되었던 베트남 하노이 회담때 북한이 제안한 것은 대북제재 해제나 경제적 인센티브가 아니라 핵보유국 인정 요구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은 있기나 한 것인가?

최근에는 지난 7월초부터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는 징후가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핵무기용 무기급플루토늄(WGPu) 생산을 위한다고 하지만, ICBM에 탑재할 경량 수소폭탄을 제조하기 위한 삼중수소생산 목적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핵실험이나 SLBM 발사 시험 등 고강도 도발이 아닌 저강도 도발을 이어가면서 긴 호흡으로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반발은 회피하면서도 미국과 모종의 거래(deal)를 장기적으로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아직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빅 딜(big deal), 탑 다운(top-down) 방식에 의해 거의 실현될 뻔했던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포기하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의 의도는 명확하다. 하지만 그 해결책은 아직도 묘연하기만 하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백약이 무효한 형국이다. 그래서 끝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핵군비경쟁, ‘불의 수레바퀴를 멈출 수 있는 비책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용의가 없고, 한국은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 형국에서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사용가능한 핵, ‘저위력 핵무기전력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무기는 그동안 절대무기로 치부되고 핵금기(nuclear taboo)시 되어 실제 전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정치적 무기로 전락했지만, 저위력 핵무기는 핵금기를 깨고, 핵사용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반도에서의 핵참화 가능성을 점점 배제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점점 고조되는 한반도의 핵군비경쟁, 그 끝없는 광기를 어떻게 멈추어야 하는가?

* 필자 : 박재완 정치학박사/화생방방재연구소장/국민대 정치대학원 안보전략 교수/자유대한포럼 북핵정책위원장/한국정치사회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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