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 함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 함의
  • The Assembly
  • 승인 2019.01.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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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박사
박재완 박사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019년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했다. 김정은 집권 후 일곱 번째 신년사 발표였다. 이번 신년사 발표는 형식면에서 예년과 몇 가지 차이점을 보였다. 단상에서 인민복을 입고 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다소 딱딱한 모습에서 발표한 이전과는 달랐다. 올해는 안경도 착용하지 않았고, 인민복도 입지 않았다. 노동당 청사 내 집무실 같은 곳에서 소파에 앉아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입장할 때는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을 동행하기도 했다. 이들이 김정은 정권의 실세임을 간접적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킨 측면도 있을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장 배경에는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무하는 모습을 담을 대형 액자가 배치되기도 했다. 이 같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의도적인 연출은 대내적으로 결속을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정상국가의 면모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년사 발표 내용 측면에서는 예년과 유사하게 대내정책, 대남정책, 대외정책 순으로 약 30분간 발표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대내정책 관련 내용으로 지난 해 경제사업 등의 사업 총화와 올해 과업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지난 해 사업을 총화하면서 자력갱생의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은 2020년 당 창건 75주년과 국가경제발전 5개년 완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경제적인 성과에 대한 기대감과 중요성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상황에서 국내 경제사정이 여의치 못함에 따라 내부 불만을 잠재우고 신중하면서도 희망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남정책과 대외정책은 대내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을 할애했지만 국제사회가 눈여겨 볼만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었다고 판단된다. 대남정책과 미국을 포함한 대외정책은 투트랙(two tract)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남정책은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였다. 2018년도의 역사적인 성과들을 언급하며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격동적인 해로 평가하면서 력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리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 나가자!”라는 구호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물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제조건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완화를 언급하며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 정세긴장의 근원으로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앞길을 가로막는 외부세력의 간섭과 개입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일부 내용은 단호하지만 한편으로 전반적인 유화적인 제스처(gesture)를 취하면서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했다.

북한의 신년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미국과의 관계 등 대외정책 분야였다. 마지막 부분에 아주 적은 분량을 할애했지만 북한의 핵전략 등 대외정책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북한의 신년사에서 과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또는 북핵 폐기에 대한 북한의 전략과 진정성이 얼마만큼 포함되는지가 관건이었다. 그리고 유념할 것은 북한의 핵문제 관련 내용이 대남정책에 포함되지 않고 미국과의 관계 속에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아직도 당사자가 아니라 중재자에 불과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암시한 북한의 핵전략의 결론은 이전에 보였던 핵전략과 별반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면 이제까지 추구해왔던 북한의 핵전략은 무엇인가?

우선 북한은 여전히 모호한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6·12 ·북 공동성명에서 언급한 미·북 간의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함의를 잘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습니다.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에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보다 더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과정을 통하여 훌륭하고도 빠른 속도로 진전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북한의 핵동결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북한은 이미 핵무력을 완성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핵무력을 완성했으니 더 이상의 실험도 필요치 않은 것이며, 당당한 핵 보유국으로서 국제적인 핵확산레짐을 준수하겠다는 것이다. 풍계리핵실험장 폐기도 주동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라고 하지만 어쩌면 이제까지의 핵실험에 관련된 증거를 인멸한 조치로도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북한의 신년사를 보면 마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또는 북핵 폐기의 용의가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실상은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북핵 폐기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단지 모호하게 주체가 불분명한 완전한 비핵화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이라는 표현과 이에 상응한 미국의 신뢰성 있는 실천적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은 북한은 이미 사실상의 핵 보유국임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 폐기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며, 다시 말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도 당당한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북한의 핵 군축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핵이나 현재의 핵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비핵화를 할 수도 있지만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와 핵물질인 과거의 핵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20181220일 조선중앙통신과 20181231일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는 다르다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조선반도를 겨냥하고 있는 주변의 모든 핵 위협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것은 미국의 핵우산을 철폐하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신년사에서도 언급한 외부세력의 개입과 간섭을 배제하라는 의미는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또는 북핵 폐기에 대해 미·북의 적대관계 청산과 관계개선, 평화협정을 통한 체제안전 보장과 군사위협 제거 후에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 비핵화의 의미도 미국 등 국제사회가 주장하는 신고와 검증이 포함된 핵 폐기의 CVID 개념이 아니라 체제안전이 보장된 이후 북한의 자발적 비핵화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이번 신년사에서도 그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협상 전술의 특이점은 항상 전제조건을 단다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제의하면서도 다만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라는 반협박성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의 비핀 나랑(Vipin Narang) MIT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미국의 방해와 일방적 비핵화를 거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도 김 위원장이 화해와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으나 아주 날카로운 가시도 함께 내민 것이라고 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후 대내·외에 매년 신년사를 발표해 왔다. 지난 신년사들을 되돌아보면 절대 허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2017년은 ICBM 개발의 마지막 단계를 언급하며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통한 국가 핵무력 완성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했었다. 2018년에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대량생산을 천명했었다. 이번 2019년 신년사는 2018420일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통해 국가 핵무력은 완성했으니 사회주의 경제건설 집중 노선을 천명했었다. 이에 따른 사회주의 자력갱생의 경제분야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북한의 신년사는 많은 부분 대내정책에 할애를 하고 있지만 대남정책과 미국과의 관계 등 대외정책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 많다. 물론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 개선과 미국과 대화의 모멘텀은 유지하려는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북한의 신년사를 통해 밝힌 행간의 함의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나 제2차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은 세밑에 전달된 친서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핵우산 철폐와 전략자산 전개 거부, 한미연합훈련 중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까지 요구할 수 있다. 북한이 밝힌 신년사에 밝힌 호의(好意)를 선의(善意)로 액면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할 것이다. 올리브 가지에 가시가 숨어 있을 수 있다. 북핵 폐기와 관련된 북한의 핵전략이 무엇인지,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신년사에 밝힌 행간의 함의를 잘 살펴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2019년은 대한민국이 핵보유국 북한의 핵인질(nuclear hostages)로 살 것인지, 북핵 폐기를 통해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인지 기로(岐路)로 서게 될 것이다.

필자 : 박재완 정치학박사/화생방방재연구소 수석연구원/자유대한포럼 북핵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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