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의 모순과 딜레마,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탈원전의 모순과 딜레마,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 The Assembly
  • 승인 2018.12.0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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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박사
박재완 박사

()원전 정책(현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 부름)에 대한 논란이 다시 뜨겁다.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 발전소를 더 이상 이용하지 말자는 정책이다. 탈원전 정책은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과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영향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의 모델이 됐던 대만은 20181124일 국민투표를 통해 전기사업법 951항을 폐기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포기했다. 2016년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대선에서 탈원전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지 2년 만이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진 대만의 탈원전 포기는 국내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모순(矛盾)과 딜레마(dilemma)에 빠진 형국이다.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할 때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친환경적이지도 않다고 했으면서 체코 원전세일즈에서는 40년 간 한 건의 사고도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며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영국 원전사업 우선협상권을 잃은데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운영권도 위기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186억 달러(20조 원) 규모의 UAE 바라카 원전의 설계와 시공을 수주했었다. 하지만 UAE는 돌연 프랑스의 전력공사(EDF)와 장기서비스계약(LTSA)을 맺고 말았다. 설계수명 60년 원전의 운영과 유지관리에 더 큰 수익이 나오는 장기정비계약(LTMA)도 독점운영권을 가지는 수의계약으로 기대했지만 경쟁입찰로 바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추진했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에서 지난 7월 우리나라 한전의 우선협상자 지위도 박탈당했다. 120억 달러(13조 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건설 사업도 우리나라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처럼 탈원전으로 인한 모순으로 영국, UAE,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원전 수출이 가로막히는 상황이며, 우리는 위험해서 탈원전을 한다면서 체코 등 다른 나라에게는 안전하다고 하면서 원전세일즈를 하는 것이 과연 논리적이고 타당한가? 딜레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6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에서 새 정부는 원전 안전성 확보를 나라의 존망이 걸린 국가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하겠다.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기 않겠다.”며 원전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었다. 물론 경주 지진 등 최근 잦아지는 지진 문제로 인한 원전 사고의 심각성을 고려한 측면을 배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탈원전이 답이 아니라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면 그러한 문제도 검토하지 않고 이제껏 26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용했다는 것인가? 우리나라가 1992년부터 10년간 2,300억 원을 들여 독자적으로 개발한 차세대 원전 모델인 APR 1400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APR 1400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했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지진 등으로 단전과 냉각장치 고장에도 작동할 수 있는 다중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는 3세대 원전 모델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지속여부를 묻는 공론화를 위한 공사 중단으로 인해 공사업체가 한수원에 1,000억 원 이상의 손실액에 대한 보상청구를 했다. 단순히 공론화를 통해 발생한 손실이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두산중공업은 건설이 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 부품 제작에만 4,951억 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기타 간접비용까지 합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자되었을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탈원전으로 무너지는 원전산업 생태계의 붕괴일 것이다. 원전산업 생태계의 붕괴는 원전사업 관련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원전업계의 우수인력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설계-시공-운영의 원전산업이 와해될 수도 있다. 국내 유일의 원전 운영업체인 한수원과 설계업체인 한전기술 등의 전문인력 감축도 불가피해 보인다. 10년 내 원전 인력 1만 명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탈원전으로 인해 핵 관련 연구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핵 관련 대학과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학생도 줄어들 것이며, 핵 관련 인프라도 붕괴되고 말 것이다. 이런 원전산업 생태계의 붕괴는 원전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탈원전은 직·간접적으로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고 억제하기 위한 농축·재처리 등의 핵무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것이며, 방사능 방재 기술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장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 수급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별다른 에너지 자원이 없고,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라 전력 소모가 많은 상황에서 대만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난해 8월 대만 전체 가구의 64%가 정전 사태를 빚기도 했는데 한 여름 전기소비량이 급증할 때 대규모 정전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정부는 탈원전으로 저비용고효율의 원전을 포기하고 태양광 등 기타 발전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태양광 발전이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고, 기후변화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 될 수 있다. 과연 태양광 발전이 효율적인가? 당장은 정부로부터 초기비용을 지원받고 한국전력공사나 전력거래소에 판매할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농어촌공사의 수상 태양광 사업에 7조 원의 권력형 비리가 나타나기도 하고, 아름다운 금수강산은 무덤으로 모자라 온 천지가 태양광 패널로 덮히고 있다. 간척 사업으로 10조 원을 투자한 새만금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야간과 겨울, 장마 등 날씨가 궂은 날이나 미세먼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태풍이나 폭우에는 안전한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느라 파헤친 임야는 안전한지, 태양광 패널의 수명이 다하고 나면 또 그 뒤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왜 환경단체는 침묵하고 있는가?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의 입장발표이다. 성명을 통해 정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대만의 탈원전 정책 폐기 과정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정부는 탈원전 기조에 대해 공식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고 이를 에너지 정책에 반영하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일부 국회의원은 탈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같이 주요 에너지 정책을 변경할 때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필요 시 국민투표에 부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경제 및 안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탈원전을 선택한 독일은 25년 간, 스위스는 33년 간 국민투표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그 나라들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원자력학회 등이 실시한 탈원전 인식조사에서 국민의 70% 정도가 원전 이용에 찬성한 것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탈원전의 모순과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는 대선 공약에만 집착하지 말고,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서 과감한 정책 변경이 필요하다. 그리고 탈원전 관련 찬반여론이 첨예하게 맞서지만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정부는 법 개정을 물론 탈원전에 대한 국민투표를 시행하는 등 국가의 번영과 발전을 위한 국가대전략에 기초하여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필자 : 박재완 정치학박사/화생방방재연구소 수석연구원/자유대한포럼 북핵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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