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공연의 정치학
나훈아 공연의 정치학
  • The Assembly
  • 승인 2020.10.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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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신 소장
정주신 소장

전국민의 추석 안방을 휘어잡은 '가황(歌皇)' 나훈아의 공연은 비대면 콘서트로 2020년 중추가절의 백미였다. 930일 콘서트 방송과 103일 비하인드 방송 두 차례 언택트로 진행된 한 방송사의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특유의 카리스마와 가창력을 뽐낸 나훈아 스페셜은 추석을 맞아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용솟게 한 달달한 공연이었다. 거의 15년 만에 귀환해 국민들에게 열광적인 무대를 펼쳐 보인 나훈아 스페셜은 그가 가황답게 한국 최고의 스펙터클한 무대 장악력과 자신의 히트곡 퍼레이드로 장식한 생애 첫 언택트 콘서트였다. 특히 가왕 나훈아가 싱어송라이터로서 자리매김도 한몫했지만, 그가 작사 작곡한 곡들을 고향, 사랑, 인생 주제로 풀어내며 여러 군무와 함께 화려하게 수놓은 퍼포먼스 등 이번 공연은 추석명절 맞아 국민들의 희노애락을 쥐락펴락 할 만큼 경쾌하면서도 국민정서 가득한 노래 자체를 선물한 셈이었다. 그런데 더 소중한 것은 그가 열정적인 노래를 하면서도 국민들의 갈증을 노래 중간 중간 뼈 있는 멘트로 국민들의 비정상의 일상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카리스마 리더십의 역할을 해냈다는 점이다. 이름 하여 그 자신이 촌철살인 멘트로, 세상에 던진 정치적 레토릭(修辭)이 국민들을 매료시킨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첫째, 가왕 나훈아의 공연은 코로나19로 인고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국민들과 국가재난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자 분투했던 의료진들에게 힘을 복돋아줬다. 그는 "우리에게는 영웅들이 있다. 코로나19로 난리를 칠 때 의사분들, 간호사분들 그 외에 의료진 여러분들이 우리의 영웅이다. 이분들이 없었으면 우리가 이걸 어떻게 헤쳐 나갔겠냐", "내가 그분들을 위해서 젖 먹던 힘을 더 내서 할 테니 의료진 여러분들에게 큰 박수와 대한민국을 외쳐 달라"고 했다. 이 말의 본질은 그가 콘서트를 계획하게 된 것에 대해 "코로나19 때문에 내가 가만히 있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코로나19에 질수는 없고, 피아노와 기타만 있으면 내가 혼자 알아서 하겠다, 공연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임을 밝혔다. 그렇잖아도 위기 속에 영웅이 나타난다고 했다. 가수라고 해서 영웅이 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초유의 코로나19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은 지루할 수밖에 없었고 국민들도 근 10개월째 마스크 쓰고 비대면 활동의 연장선상이라는 비정상의 일상에 지쳐있었다.

둘째, 나훈아는 공연 도중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왕이나 대통령은 보지 못했다"면서 "나라를 지킨 건 왕이나 대통령이 아니라 보통 우리 국민이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를 국민을 위해서 행하고자 노력하는 위정자(爲政者)보다는 거짓과 위선이 앞선 위정자(僞政者)을 탓했다. 이를 두고 인터넷에서는 현 정부를 비판한 소신 발언이라는 반응과 자신들의 유불리에 맞게 확대해석한 것이라는 반응이 맞서고 있다. 야권에서 나훈아가 해당 공연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소신 발언'이라는 주장과 달리, 여권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맞받아쳤다. 국민이 볼 때도 위정자들이 국리민복이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보다는 특권에만 매달리고 권력 잡기 진영논리에 둘러싸여 벌이는 이전투구만이 횡행하는 한국 정치에 식상하고 있던 터였다. 청년의 일자리 어려움, 중년들의 경제적 고충, 중장년들의 노후대책 미비, 노년들의 안전과 행복 저하 등 정치가 국민의 중심에 자리매김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은 안중에 없고 권력과 명예만 좇기에 혈안이었다.

셋째, 나훈아는 소크라테스를 보다 친숙하게 표현하기 위해 '나훈아식 명칭'으로 노래 제목에 테스형이라고 불렀다. 소크라테스는 돈을 받고 지식을 파는 소피스트가 아닌, 문답을 통해 사람의 무지를 깨닫게 한 것으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다. 노래 '테스형!'의 가사에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하면서 나훈아가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에게 세상이 원망하다는 식의 노래로 콘서트에서 불러서 화제가 되고 있다. '테스형''소크라테스'를 말하는 것이지만, 그는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하는 외침과 절규에서 무엇엔가 호소하는 노래의 외침이었다. 나훈아는 이 노래를 부른 뒤 "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렇고 세월은 또 왜 저러냐고 물어봤더니 테스형도 모른다고 하더라"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다. “테스형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이 도입부의 가사가 와 다았다.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나훈아가 작사 작곡도 하는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데, 가사에 자신만의 철학을 담기도 하니까 소크라테스에게 지금 세상의 어려움에 대해 묻고 싶었던 것이다.

넷째, 나훈아는 은퇴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내려올 자리나 시간을 찾고 있다. 이제 내려와야 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마이크를 놓아야 할지 시간을 찾고 있다. 길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동건 전아나운서는 "노래를 100살까지는 해야 되겠는데요"라고 건 냈고, 나훈아는 "열심히 노력하겠다. 잘하겠다"고 답해 팬들의 뜨거운 환호성을 자아냈다. 나훈아의 노래 ’() 가사를 보면 비운다는 의미를 잘 표현하고 있다. 예컨대 잠시 스쳐가는 청춘 훌쩍 가버린 세월~백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것처럼~살다보면 알게 돼 비운다는 의미를~”처럼... 나훈아는 50여년 가수로 톱스타로 한국의 대표적인 인물이지만, 고집부리며 죽을 때까지 그 직을 하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아나운서의 말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오래 가지 않을 상 싶었다. 역설적이게도 한국에서 정치인들이 스스로 권력을 비우기에는 쉽지 않다는 애기다. 정치인이 권력욕이 많은 만큼 그에 상응하는 국민적 희망이 줄어들 것으로 보아, 대통령 5년 단임(현행), 국회의원 3선제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74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땀 흘리며 열정적인 공연 무대를 마친 후 나훈아는 "언택트 공연을 하는데 보여야 뭘 하지, 처음이 아니라 생각도 못해 본 거 아닌가? 정말 힘들었다. 화면에 멀리 보이고 작게 보이지만, 움직이는 분들이 계시니까 그래도 그 모습이 힘이 되더라. 끝까지 지치지 않고 했다""이렇게 끝나고 나니까 감사하고 고맙다. 감사하다. 시청자 여러분,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나훈아의 무대 열정은 전국민이 지쳐있는 코로나19 속에서 큰 힘을 전파하기 충분했다. 앞으로도 나훈아의 음악과 무대들은 국민들에게 열광 그 이상의 에너지와 활력을 줄 것이다. 그동안 정치는 거짓과 권력, 야만과 억압을 가지고 세상과 문화를 지배해 왔지만, 이제는 문화가 정치를 지배할 때가 됐다. 한 문화예술인의 추석 공연에서 대한민국과 세상에 대한 일갈은 정치권을 강타했다. 결국은 수백 명의 정치인도 코로나19를 맞아 속시원하게 해결책을 내놓지도 못한 상태에서 한 예술인의 비대면 언택트 공연이 우리에게 공연 현장에서 던진 메시지는 문화가 정치를 지배할 때가 오고 있음을 반증하는 모습이다.


*정주신, 한국정치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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