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무죄(親文無罪) 찬스공화국
친문무죄(親文無罪) 찬스공화국
  • The Assembly
  • 승인 2020.09.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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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사무총장
이재훈 사무총장

#1. 나는 구치소 푸르른 담벽을 끼고 산다/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죄를 지었지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을 뿐/ 어떤 법조항으로도 얽맬 수 없었을 뿐/ 저 날아다니는 새들은 알고 있을 거야/ (중략).../ 조연향 시인의 내 마음의 구치소.’

#2. 1988108, 영등포 교도소를 출발해 공주 교도소로 향하던 수용자 이감 차량이 고속도로로 접어든 순간 몇몇 죄수들에 의해 탈취된다. 달아난 탈주범 12명 중 지강헌을 비롯한 네 명의 탈주범은 1015일 밤 서울 북가좌동 주택가에 잠입했다. 권총 한 자루에 실탄 다섯 발을 지닌 탈주범들은 일가족을 인질로 잡고 다음 날인 1016일 경찰 수백 명과 대치했다. 이들은 억울함을 직접 전달하겠다면서 생중계를 요구했다. 탈주범들과 경찰의 위태로운 대치는 전국에 생중계됐다. 탈주범들이 세상 밖으로 쏟아내는 불만과 분노가 여과 없이 중계되는 유례없는 인질극 생방송이 진행되었다.

스스로를 초등학교밖에 다니지 못했다고 밝힌 지강헌은 국민을 향해 외쳤다. 그는 우리는 무거운 형 선고에 항의하기 위해서 나왔다며 국민을 향해 절규했다.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게 이 사회다.”, “내가 왜 전경환 보다 더 많은 형을 받아야 하느냐?”,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 지강헌은 피를 토하듯이 울부짖었다.

당시 556만원을 훔친 죄로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 17년의 무거운 형량을 받은 지강헌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 씨가 70억 원에 대한 탈세와 횡령으로 징역 7년을 선고 받은데 참을 수 없는 불평등을 느꼈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자는 특혜를 받고, 돈 없고 권력이 없으면 중형을 받는 상대적 불평등에 분노를 참지 못했고, 급기야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목숨 걸고 탈출했던 것이다.

어떻게 죄수가 판사 검사를 돈으로 살 수 있는 거야?”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내 뱉은 두서없는 지강헌의 이 한마디 외침은 당시 우리 사회 어디선가 분명 벌어지고 있는 실화일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게 했다. 어느 누구도 그 외침을 부인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경찰과 대치하던 탈주범 지강헌은 대치 10시간 만에 사살됐다. 사살되기 전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엔 사회를 원망하는 뉘앙스가 녹아 있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었다. 지강헌의 비극적인 탈주극은 피로 얼룩지며 막을 내렸다.

정의와 공정을 외치며 출발한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이 지났다. 하지만 정파적 국정운영은 지속되고 있다. “나는 선, 너는 적폐라는 선동정치로 인한 극한대립은 정치실종을 낳았다.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를 향했던 문재인 정부의 모순은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둘러싼 드루킹 사건을 필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뒤론 조국 사태를 비롯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이슈가 터졌다. 유재수, 윤미향, 손혜원, 한명숙, 추미애 등 여권 핵심인사들을 둘러싼 스캔들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은 친문찬스를 앞세웠다. 그리곤 무죄 만들기를 위한 뒤집힌 정의를 생산했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찬스공화국을 여실히 경험했다.

박원순, 오거돈, 안희정 등 사회 특권층이 권력을 이용하며 불거진 성추문들이 잇따랐다. 피해자에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성범죄 사건이었다. 이 사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선악의 기준은 네편내편에 따라 심각하게 기울었다. 공소시효가 끝났던 전 정권 인사인 김학의 사건 처리와 이 정부 인사들에 의해 저질러졌던 성범죄사건 처리절차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그 과정은 정의와는 거리가 너무나도 멀었다.

파렴치와 불법의 백과사전 같다는 조국 일가의 아빠찬스논란과 추미애 아들을 둘러싼 엄마찬스논란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교과서적 표본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사회정의를 실현하려 정부로부터 임명된 전·현직 법무부장관이다. 그러나 그들의 행보는 정의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아빠찬스를 이용한 조국 아들딸의 진학과정은 기가 찼다. 추미애 아들의 휴가 미복귀가 무사했던 것은 엄마찬스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반칙과 특권을 이용한 입시 과정과 군복무 중 특별휴가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불편하다. 그러나 불이 붙은 것처럼 활활 타오르는 국민 마음에 집권세력은 기름을 부었다. 그들은 도리어 아빠찬스,’ ‘엄마찬스를 지적하는 국민을 향해 검찰개혁을 방해하는 적폐세력이라고 호통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만장일치로 유죄 선고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9억원수수사건 무죄 만들기 시도. 대통령의 30년 친구의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야당후보 공천 날 압수수색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의혹비리행위에 대한 감찰도 중단시키고 영전되는 것을 보고 세상 참 희한하게 돌아간다고 느꼈다는 증언이 나온 유재수 비리. 직위를 이용한 목포 부동산투기 의혹 사건의 장본인 손혜원.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한 비리의혹을 수사 받고 있는 윤미향. 이들 모두 친문찬스를 최대한 활용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통치철학은 반칙과 특권을 몰아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국민 여론을 가장 들끓게 만든 핵심은 공정의 문제였다. 반칙과 특권의 선봉에 선 이들은 다름 아닌 법무부장관이었다. 탁월한 말재주로 끊임없이 정의와 개혁을 쏟아냈지만, 오만과 독선과 자식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여기에 국민들은 신음했다. 이들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은 다름 아닌 자신과 가족들의 비리를 감추기 위한 개혁으로 비쳐졌다.

공정의 가치를 가장 크게 훼손하며 내로남불이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전·현직 법무부장관. 그들의 무죄를 증명하려는 노력은 너무나 오만하고도 당당하다. 그들이 강변할수록 국민들은 아파한다. 앞서 시인은 이 세상 모두가 죄인인데 단지 걸리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이들의 항변도 나만 그런 게 아니고, 감투를 쓴 덕에 재수가 없었을 뿐이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대한민국 헌법 제111항엔 이렇게 적혀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30여 년 전 탈주범 지강헌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다. 죽기 직전까지 그는 우리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절규했다. 그 메시지가 다시금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엔 탈주범 지강헌이 외쳤던 절규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친문무죄’, ‘찬스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반칙과 불공정은 우리사회 가장 높은 곳으로부터 소용돌이치며 여전히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중이다.

공정과 정의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누구 편이냐에 따라 정의의 기준은 호떡처럼 뒤집힌다. 점입가경이다.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기준까지 진영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정의의 기준이 뒤집힐 때마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대통령 통치철학이 떠오른다. 통치철학 진정성에 의구심이 국민 사이에서 고개를 든다. 지난 1년 동안 전·현직 법무부장관이 국민 속을 뒤집고 있다. 가재, 붕어, 개구리는 용과 다른 법을 적용받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젠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할 때다.

*이재훈(국민생활안보협회 사무총장, 해병대전략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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