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스마트 폰’ 일탈에 국가안보는 광탈
장병 ‘스마트 폰’ 일탈에 국가안보는 광탈
  • The Assembly
  • 승인 2020.05.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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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월에 개봉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과 연합군의 암호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이론상으로는 연합군은 독일군의 작전을 알 수 없었다. 독일군이 해독이 불가능한 에니그마라는 암호체계를 사용한 까닭이었다. 연합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불리했던 전세를 뒤집은 연합군의 저력 이면엔 천재수학자 앨런 튜링이 있었다. 튜링은 영국 정부의 암호해독 팀에 합류한 뒤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며 독일군 암호해독 프로그램 크리스토퍼를 발명했다. 이후 연합군은 종전(終戰)2년 정도 앞당길 수 있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기밀을 가지고 있다. 기밀이란 적이나 경쟁관계에 있는 상대에게 누설되지 않아야 할 일을 말한다. 기업이나 군대처럼 치열한 생존 전쟁을 치르는 조직에서 기밀 보호는 조직의 생명과도 같다. 아군의 기밀을 누설하는 행위는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사소한 정보 하나가 전쟁의 승패를 갈랐던 사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과 일본군이 기밀을 보호에 실패하면서 패망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밀보호 실패가 우발적인지 계획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밀이 누설되는 그 자체는 패배를 부르기 마련이다.

최근 강원도 소재 육군 모 부대 병사들이 암구호를 단톡방공유했다가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암구호는 야간에 아를 분간하기 위해 사전에 정한 단어 형태의 말이다. 이 암구호는 3급 군사비밀이다. 암구호는 매일 바뀐다. 대면 상태에서 구두(口頭)로 전달되며, 전화나 메모로 대신할 수도 없다. 암구호가 유출되면 즉각 폐기되고, 새로운 암구호가 작성된다. 암구호는 그만큼 중요하다. 이 암구호 유출 사건이 자체적으로 적발되지 않고, 북한군에게 누설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이 발생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국방부는 20194월부터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평일은 오후 6~9, 휴일은 오전 830~오후 9시까지로 일주일에 최소 40시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셈이. 올해 상반기 중에는 일과 후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영내에서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허용된 후 모바일 불법 도박이나 유해 음란 사이트 접속, 온라인에서의 욕설 또는 성희롱 발언 등의 일탈행위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다. 부대 생활관 등에서 휴대전화로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에 접속하여 수억 원을 탕진한 병사가 있고,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사방사건의 핵심 관리자 중 한 명도 육군 모 부대 병사였다.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 일탈행위가 속속 드러나는 형국이다. 휴대전화 사용 허용 과정에서 사전 검토가 충분치 못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암구호 유출 사건이 발생했던 부대는 해당 병사에게 근신 15일의 처벌을 내렸다고 한다. 과연 암구호 유출이 고작 경징계에 해당할 정도 미미한 사건인지 돌아봐야 할 때다. 다른 장병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일벌백계였는가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던 간부들의 책임은 전혀 없었는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국방부는 휴대폰 사용에 따른 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있기는 하다.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불법 사용했을 경우 최대 30일간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 또한 부대에 휴대전화를 반입할 때는 보안 앱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35억 원의 예산을 들여 개발한 보안 앱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다. 또 문제는 앱을 설치해도 카메라 기능을 제외한 녹음, GPS, SNS, 인터넷 접속은 자유롭다는 것이다.

병영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병사들은 24시간 동료들과 함께 지낸다. 누군가가 휴대전화로 불법의 일탈행위를 하게 되면 다른 병사들이 가담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 국방부는 그동안 병사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면서 보안사고는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떤가. 이번 사건 이후 장병 휴대전화 보안의 허술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참에 아예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느냐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2016 2018북한이 두 차례에 걸쳐 국방 내부망 해킹사건이 있었다. 국방부는 외주업체 직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의문은 남. 직원의 실수가 정말 실수였는지, '실수'를 알지 못했던 국방부의 실수또한 정말 실수였는지 여부엔 여전히 물음표가 생생히 달려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실수라고 덮어버리면 개선을 위한 노력은 기대할 수 없다.

늘 전쟁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군의 기밀 누설은 결과적으로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중대 사안이.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된 일탈행위를 단순한 군기(軍紀) 사고로 치부하고 말 것인가. 그로 인해 불거질 전투력 저하 문제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묻고 싶다.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기밀 유출 방지를 위한 방책(方策) 마련이 시급하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돼선 안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 군 군악대 편제를 살펴보면 타악기병이란 보직이 있다. 그 가운데 북을 등 뒤로 매는 타악기병은 없다. 그런데 우리 군은 편제상에도 없는 뒷북을 치기만 급급해 보인다. 나라의 안보가 달린 보안 문제에 있어 군은 뒷북만 칠 것인가. 고민해볼만한 문제다.

()해군협회 사무총장 김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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