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간 바다의 방패
금이 간 바다의 방패
  • The Assembly
  • 승인 2020.03.2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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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사무총장
이재훈 사무총장

원균이 지휘하던 300여 척 함대가 칠전량 해전단 한 번의 전투로 사라졌다. 조선 수군은 소멸했다. 파직과 백의종군 중에 재차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된 이순신이 전장을 찾았을 때 남아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현장은 참혹했고 백성은 피폐했다. 조정은 수군폐지를 명령했다. 하지만 이순신은 싸우기를 결심한다. 이어 이순신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나이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상유십이장계를 올린다.

이순신은 중앙정부 지원 없이 병력을 유지했다. 식량과 군수품을 자급자족하며 무관의 본분에 충실했다. 훈련은 실전 같았고 군율은 매우 엄했다. 공정함과 신뢰를 바탕으로 부하들과 소통했다. 그에게 좌절과 포기는 없었다. 주어진 사명에 충실하며 전장에서 싸우기를 멈추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는 전장을 선택했고, 싸우면 반드시 이겼다. 이순신은 백척간두에 있던 조국과 백성을 지켜냈다. 나라를 구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오늘날 세계최고의 제독으로 추앙받게 됐다. 그렇게 그는 전설이 됐다.

세계 어디서나 작전 수행이 가능하고, 적이 넘볼 수 없는 부대.’

제주해군기지 제7기동전단이 지향하는 목표다. 이 부대는 아이러니하게 민간인 시위대 2명에게 뚫렸다. 37일 시위대 두 명이 가정용 펜치로 철조망을 절단하고 들어와 부대를 활보하며 시위도 했다. 7기동전단은 신의 방패라 불리는 최첨단 이지스함을 보유한 해군 최초의 기동부대다. 민간인 2명이 침입했을 때 외곽 경계용 폐쇄회로는 경보음조차 울리지 않았다. 2019년 여름 교체 후 여태 작동 여부도 몰랐다. 해군은 민간인이 침입한 뒤 1시간이 지나서야 경계가 뚫린 사실을 발견했다. 5분대기조가 출동한 건 그로부터 40분이 더 지난 후였다. ‘이순신 장군의 후예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해군의 경계근무 실태다.

맥아더 장군은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경계가 실패하면, 작전을 수행할 기회조차 없이 몰살당하기 때문이다. 맥아더 장군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던 경계실패가 최첨단 장비가 집약된 해군 제7기동전단에서 일어난 셈이다.

이뿐 아니다. 올해 1월에는 70대 노인이 진해 해군기지를 무단 침입해 1시간 30분 동안 부대 내를 활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고, 보고절차까지 무시됐다는 점이다. 이곳은 교육사령부, 군수사령부, 잠수함사령부 등 주요사령부와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해군의 핵심 시설이다.

20196월에도 북한목선이 삼척항에 셀프입항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또한 해군 경계작전의 구멍이 노출된 사건이었다. 7월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가 경계실패를 덮으려 병사에게 허위자백을 종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해군 탄약고 인근에서 거동 수상자가 달아나자, 제대를 앞둔 사병을 허위 자수시켜 은폐·조작한 사건이다. 당장의 위기만 모면하려는 우리 군의 면피작전과 눈치 보기 군대문화가 도를 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건이다.

바다의 방패대한민국 해군의 시급한 과제는 1000km 밖의 미사일을 찾아내고, 적 항공기를 발견하기에 앞서 제 집 지키기가 더 중요할 듯하다. 세간에 해군 부대마다 파출소를 설치하거나 경비용역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 흘러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해군은 금이 가고 뚫어진 방패를 시급히 보수해야 한다.

우리 군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경계 작전에 허점을 보였다. 해군의 잇따른 경계 실패는 여론과 언론의 도마 위에 빈번히 오르내렸다. 그럴 때마다 군은 관련자 징계와 재발방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경계 실패는 리플레이처럼 매번 똑같은 양상으로 반복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북한목선의 삼척항 진입과 관련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정 장관은 경계작전 실패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과오라며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계작전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보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방부장관의 약속은 허언이 됐고 이번에 또 다시 사과했다.

정 장관은 제주 해군기지 민간 시위대 무단 침입사건등 최근 군기 문란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 것에 대해 깊이 반성 한다고 했다. 최근 1년 사이에 정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공식적으로만 3차례 반성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군 수뇌부가 책임을 지는 일은 없었다. 책임 없는 반성만 거듭 반복되면서 습관화된 모양새다.

군대는 일정한 규율과 질서를 바탕으로 조직된 군인 집단이다. 따라서 군대는 군인 중심 조직이다. 그리고 군인에겐 군기가 기본 질서다. 경계는 군기의 상징이며, 군기는 군인의 생명이다. 군기가 없는 군인은 일반 자연인일 뿐이다. 군대는 군인이 지켜야 할 엄격한 규율과 기강이 있다. 규율과 기강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군대는 강한 군대가 될 수 없다.

이순신 장군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탁월한 지휘능력과 철저한 군인정신으로 연전연승하며 나라를 구했다. 이순신 장군의 후예를 자부하는 대한민국 해군의 근무 환경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대한 바다의 방패인 우리 해군은 충무공의 애국심과 군인정신을 본받으며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 이에는 이로 갚겠다천안함 46용사들께 다짐했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거듭 나는 대한 해군이 되기를 기대한다.

어느덧 천안함이 피격된지 10년이 지났다.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해상경계 임무를 수행하던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 천안함은 북한의 기습 어뢰공격으로 침몰했다. 그 날의 기억과 상처는 아직도 생생하다. 서해바다를 수호하다 전사한 천안함 46용사를 추모하며 용사들의 희생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한다.

매년 3월 넷째 금요일은 법정기념일인 서해수호의 날이다. 이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북한군의 잇따른 도발에 맞서 싸우다 희생된 서해수호 55용사를 기리고 추모하는 날이다. 5서해수호의 날을 맞이해 ‘55희생용사들의 용맹함을 기념하고 범국민 안보의식을 북돋으며 국토수호 결의를 힘차게 다질 때다. 호국 영웅들은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려 희생으로 몸을 던졌다. 그들의 명예를 선양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생활안보의식을 결집하여 한반도 번영과 자유통일의 길을 열어야 한다. 우리 모두 힘을 모을 시점이다.

* 이재훈 /국민생활안보협회 사무총장, 해병대전략연구소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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