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 조약 파기, 한반도에 핵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온다
INF 조약 파기, 한반도에 핵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온다
  • The Assembly
  • 승인 2019.08.0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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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재완 교수
박재완 교수

한반도에 핵전쟁의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말 그대로 한반도에 핵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통상 핵무기는 위력이 너무 크고, 그 피해가 어마어마한, 소위 절대무기라서 전장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한 정치적인 무기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리고 상호 공멸이라는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서로 억제에만 활용되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이후에 더 이상 핵무기가 사용된 전례가 없다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쩌면 실제 핵무기 사용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을 수 있다. 왜 그러한지 그 이유를 현실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알아보자.

2019년 8월 2일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조약 탈퇴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군축 조약으로 평가받는 중거리핵전력조약은 1987년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12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사이에 체결해 1988년 6월 발효됐다. 미·소는 조약 발효 후 3년 내로 사정거리 500~5천500km의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폐기하기로 하고,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미사일 2천692기를 폐기했었다.

그러나 이후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미국이 2000년대 들어 유럽에서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면서 양국 사에는 서로 INF 조약 위반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특히 미국은 지난 2017년 러시아가 사거리 2천~5천km의 9M729 순항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면서 INF 조약이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0월 20일 러시아의 합의 위반을 이유로 INF 조약 탈퇴 방침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도 했었다.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월 2일 러시아가 협정 준수로 복귀하지 않으면 조약은 종결될 것이라는 것을 밝히며 6개월 뒤 탈퇴하겠다고 했었다. 그 6개월 뒤가 8월 2일, 오늘이다. 뿐만 아니라 미·러 간의 또다른 군축 협정인 신(新) 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 New START; 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도 파기 수순을 밟을 수 있다. 뉴 스타트는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0년 4월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과 체결한 협정으로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배치하는 핵탄두 수를 1천550기, 배치된 미사일과 폭격기는 700기, 배치 또는 배치되지 않은 발사체를 800기로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2021년 만료되는 이 협정의 갱신 여부도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1천350기, 1천444기를 실전배치하고 있고, 그 중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폭격기 등에 배치된 미사일은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652기, 527기이다.

INF 조약이 파기되면 새로운 핵 군비경쟁 시대가 도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INF 조약은 미소 냉전 시기 군비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첫 외교적 노력의 결실이었지만, 파기되면 핵·미사일 개발을 억제할 최소한의 안전핀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미국의 유럽 내 동맹들은 파국을 피해야 한다며 미국의 탈퇴를 우려해왔었다. NATO 국가들은 당장 자국의 영토 내에 INF 조약을 위반하는 핵무기가 배치되길 희망하지 않지만 정보 감시 및 정찰, 공군과 미사일 방어 등 미국과의 더 많은 군사적인 옵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미국의 INF 조약 파기는 러시아를 빌미로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은 INF 조약과 상관없이 꾸준히 핵·미사일 전력을 증강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도 동북아 역내에 핵 전력을 증강 배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동북아 핵 군비증강이 현실로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합동참모본부는 INF 조약 탈퇴를 앞두고 지난 6월 11일 발간한 합동 교범 「핵 운용(Nuclear Operation, JP 3-72)」의 ‘핵 운용 지침’에서 전투 중에 한정적인 핵무기 사용을 적시하기도 했다. 미국의 2018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 Nuclear Posture Review)에 맞춰 작성한 해당 교범의 운용 지침에는 ‘미국과 동맹의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명시했으며, 핵무기 사용을 위한 절차와 지침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미국은 2018년 NPR을 통해 전술핵무기 개량을 통해 저위력·지하관통핵탄두(low-yield and earth-penetrating nuclear weapons)로 실제 전장에서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운용할 것이라는 것을 천명하기도 했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기존처럼 핵무기를 위협이나 억제용이 아니라 실제 전장에서 사용 가능한 무기로 개량하고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핵 군비경쟁을 가속화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으며, 이미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행세하는 북한뿐만 아니라 나아가 일본, 대만, 한국까지 핵도미노 현상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지역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전장에서 사용가능한 저위력의 전술핵탄두를 개량하고 있으며, 실제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저위력·지하관통탄을 활용한 북한의 외과수술적 타격으로 요망효과는 달성하되, 낙진 등에 의한 민간인 피해 등의 부수피해가 최소화되는 모의실험을 마친 상태이다. 그리고 미국의 가장 큰 잠재적국이 되어가는 중국은 1천600기의 핵·미사일을 태평양 지역을 향해 배치해두고 있으며, 러시아는 연해주 지역에 새로운 핵·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당장 INF 조약 파기 후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대비해 인도·태평양 전략(IPS; Indo-Pacific Strategy)에서 가장 중요한 괌 기지와 일본, 호주에 전술핵무기 배치를 포함할 수 있으며, 한국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핵무장론 뿐만 아니라 전술핵무기 재배치와 관련한 진통이 예상된다. 물론 핵사용 권한은 미국이 갖겠지만 나토의 핵공유 정책(NSP; Nuclear Sharing Policy)으로 핵무기 비보유국인 독일, 터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 5개국에 이미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되어 있다. 이 나라들은 미국과 맺은 핵무기 공유협정에 따라 전쟁 발발 시 NPT를 탈퇴해서 자국에 배치된 미국 전술핵무기를 미국의 승인 하에 사용할 수 있다. 한국도 나토의 핵공유 정책과 핵계획그룹(NPG; Nuclear Planning Group)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핵전쟁의 위협이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부터 되돌아보아야 한다. 비상대비계획과 대비, 대응, 복구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군은 아무리 낙진이 적게 발생한다고 해도 낙진에 의한 방사능 오염지역에서의 작전을 감수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방사능 방호는 되는지, 방사능 정찰과 방사능 제독은 제대로 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는 물론, 방사능 낙진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이제라도 철저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으로 분열된 국론을 결집해야 할 것이며, 비상한 시국에 그러한 비상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의 단결과 결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안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로 맺은 굳건한 한·미동맹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한 한·미·일의 군사협력일 것이다.

필자 : 박재완 정치학박사/화생방방재연구소 연구소장/국민대학교 안보전략학과 겸임교수/자유대한포럼 북핵정책위원장/한국동북아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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