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판문점 회동, 과연 기회인가 위기인가?
미·북 판문점 회동, 과연 기회인가 위기인가?
  • The Assembly
  • 승인 2019.07.0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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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교수
박재완 교수

위기가 기회란 말이 있지만, 기회가 위기도 될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으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온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위기가 있을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지난 630일 ‘역사적인’이라는 수식어가 쏟아진 미·북 판문점 회동으로 마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성큼 다가온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한 발짝도 진척된 것이 없다. 과연 미·북의 판문점 회동으로 미·북 간의 적대관계는 종식된 것인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비무장지대 판문점에서 회동하면 그동안의 적대관계는 종식되고, 나아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가?

   지난 2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이미 많이 알려졌듯이 회담이 결렬된 이유는 협상조건이 맞지 않아서였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로 그동안 부과된 모든 대북 제재를 완화 내지는 해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미국은 최소한 ‘영변+α’로 영변 핵시설과 영변 이외 고농축우라늄(HEU) 시설까지 공개하고 폐기하라는 것이었다. 영변 핵시설과 α를 포함하더라도 기존에 만들어진 핵무기와 물질, 투발수단은 고스란히 남는다는 측면에서 ‘완전한 비핵화’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 국면이 교착된 상태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잠행 모드를 이어나가다 41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비핵화 협상시한을 연말까지 정하고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으로 대화에 임하라고 요구하였다. 남한 정부에 대해서도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를 그만하고 민족의 편에 서라는 요구도 잊지 않았다. 이후 뒷배가 되어줄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425일 북·러 정상회담을 하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62021일 처음으로 방북해서 돈독한 북·중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북한의 외무성 미국국장인 권정근은 627일 담화를 통해 “조미 대화 당사자는 말 그대로 북한과 미국이고, 남측이 참견할 문제가 아니다.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 앉아 하게 되는 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북한의 행동 어디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당당한 핵보유국으로서 ‘핵군축’에 나서려는 그들의 전략적 노선을 고수한다는 입장은 그대로인 듯하다.

   미국의 북한 비핵화 원칙은 여전히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지만 우려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하노이 회담 전에도 우려했었던 것과 같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미국에게 위협이 되는 것만 제거하는 ‘부분 비핵화’나 ‘핵동결’ 또는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 같은 것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원칙은 FFVD라고 하지만,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긴 시간이 걸리는 북한의 비핵화보다 성과에 급급해 한국에게는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심대한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거하는 선에서 북한을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미국의 다수 언론이 앞다투어 비판하듯이 북한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를 재선을 위한 치적으로 삼으려는 트럼프의 이익과 맞물려 ‘핵 동결(nuclear freeze)’ 선에서 만족하는 ‘바뀐 셈법’으로 추후 실무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에서 거래를 할 수 있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하노이 회담 전에 회자되었던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좋은 거래)’인가? 포괄적 합의와 그것의 단계적 이행 원칙 등에 입각해 영변 핵시설 폐기나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검증 등 연속적인 중재안을 내놓는다는 절충적인 전략이 한국의 전략인가? 이번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 간의 깜짝 회동과 미·북 정상회담이 과연 양국의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새로운 평화시대를 시작했고, 문서상의 서명은 없었지만, 미·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든 것으로도 사실상의 종전선언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는 적절한가? 그리고 비핵화 협상은 잘 될 것인가?

   물론 이번 판문점에서의 미·북 정상회담은 회동의 성격보다 정상회담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양국 정상이 53분 간 마주앉아 23주 이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실무협상 재개를 약속하며 교착상태에서 구체적인 진전을 보이지 못했던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살렸다는 의미도 있다. 또한 비록 양국 정상의 개인적인 관계의 만남일지라도 미·북 불신과 적대관계의 상징이자 현장인 판문점에서의 만남은 미·북 간의 관계정상화와 미·북 비핵화 협상의 청신호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번 미·북 판문점 회동이 긍정적인 청신호와 북한 비핵화의 기회로만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목적에 의한 만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수 있다. 여전히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차가 존재하고, 비핵화 협상과 핵기술의 복잡성으로 인해 앞으로의 험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더욱 아쉬운 것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한국의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라의 명운이 달린 문제를, 그것도 남측 판문점인 ‘자유의 집’에서 시행되었음에도 장소와 의전만 제공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에 참여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북한 핵의 최대 피해자이지 직접 당사국인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중재자가 아니라 제3, 강 건너 불구경하는 방관자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부분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약육강식의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보더라도 핵심 국가이익은 반드시 수호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핵심 국가이익은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이며, 그 국가안보의 핵심은 북핵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달성되어야 한다. 북한 목선 귀순으로 인해 북한 눈치보기에  급급해 축소·은폐 의혹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뿐만 아니라 미·중 패권경쟁으로 인한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노골적인 선택을 강요받고 있고, 국가의 실익보다는 감성적인 접근으로 인한 한·일의 역사문제로 인해 일본으로부터도 경제 보복 조치를 받으면서 국가경제와 안보 전반에 걸쳐 심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국가안보를 간단히 정의내리긴 쉽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국가안보란 국가 주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현 시국은 비상사태가 아니라고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각계각층은 자신들의 집단이기주의에만 고군분투(孤軍奮鬪)할 것이 아니라 당리당략(黨利黨略)을 떠나 비상시국인 만큼 국민 모두의 비상한 결기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 필자 : 박재완 정치학박사/화생방방재연구소 연구소장/국민대학교 안보전략학과 겸임교수/자유대한포럼 북핵정책위원장/한국동북아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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